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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교양도서

2020.3.20 "이기적 유전자"

by 밍미 2020. 3. 22.

미래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생존 기계는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학습할 수 있는 생존 기계보다 한 단계 앞서 있는 것이다.

 

언니, 내가 남자를 죽였어 이후에 오랜만에 완독한 책이다.

손대는 책마다 마음에 안들고.. 코로나 때문에 근 한달여간은 책 읽을 시간(출퇴근 할 시간ㅋㅋ)도 절반정도로 줄기도 했고 해서 오랜만에 독서후기를 작성하는 듯 하다. 사실 책읽는 사이사이의 공백이 너무 길다보니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도 많고, 이동하면서 긴 내용을 읽다보니 몇 장 빼먹은 부분도 있을 거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토끼들이 옹기종기 있는 표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읽으려고 e북을 다운받아서 봤더니 까만색이어서 사실 조금 실망했다(ㅋㅋㅋ). 알아보니 40주년 기념판으로 나온 표지라고 한다.

실망감을 애써 달래며 읽었던 이 책은 이과생이지만 생물은 별로 다루지 않았던 나에게 되게 흥미롭고 유익해서 좋았다. 이론들을 설명 하면서 드는 예시들이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주로 뭐 나비니 새니 하는 동물들이지만, 이런 것들도 다 사람들에도 적용될만한 이야기들로 읽혀서 사례를 상상하며 읽었더니 더 재밌었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말만 봤을 때는 "이기적"이라는 말 때문에 유전자가 뭔가 나쁜놈인가 하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데, 유전자는 자신으로 이루어진 개체가 생식/생존해서 오래오래 남기 위해서 어떠한 "이기심"을 발휘하는데, 나는 책을 읽으며 "이기적"이란 이런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해했다.

아래는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이  책을 왜 "이기적 유전자" 라고 했는 지에 대한 내용이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의 제목은 『이기적 시스트론』도 『이기적 염색체』도 아닌, 『약간 이기적인 염색체의 큰 토막과 더 이기적인 염색체의 작은 토막』이라고 붙여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매력적인 제목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유전자를 여러 세대에 걸쳐 존속할 가능성이 있는 염색체의 작은 토막이라 정의하고, 이 책의 제목을 『이기적 유전자』라고 한 것이다. -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중에서

 

책을 읽다보면 염색체 하나, 유전자 하나, 세포 하나가 이런 것까지 예상을 해서 전체를 감싸는 하나의 개체에게 이런 본성을 심어 놓는다는 것이 되게 말도 안되면서 그럴 듯 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요즘 보면 밈(meme)이라는 단어를 인터넷에서 많이들 쓰곤 하는데, 이 밈이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도 책에서 나온다.

 

새로이 등장한 자기 복제자에게도 이름이 필요한데, 그 이름으로는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담고 있는 명사가 적당할 것이다. 이에 알맞은 그리스어 어근으로부터 ‘미멤mimeme’이라는 말을 만들 수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진gene(유전자)’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유사한 단음절의 단어다. 그러기 위해서 위의 단어를 밈meme으로 줄이고자 하는데, 이를 고전학자들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 밈의 예에는 곡조, 사상, 표어, 의복의 유행, 단지 만드는 법, 아치 건조법 등이 있다. -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중에서

 

밈이라는 단어가 "미멤"이라는 단어에서 온 것도, 이 책에서 나온 단어라는 것도 이 책을 보고 처음 알게되었다. 유전자라는게 끊임없이 스스로를 복제하고, 전파하고 하는데 사람들 사이의 문화가 퍼지는 것과 유사하다. 밈의 정확한 단어를 알게되니 사람들이 말하는 "밈으로 민다."는게 이제 정확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생물이라는게 되게 흥미로운 과목이지만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냥 교양도서 정도로 가볍게 읽어도 될 만큼 (물론 가볍게 읽으면 내용이 절반 이상은 머리에서 날아간다.ㅎㅎ..) 쉽고 재밌게 풀어준 저자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책에는 특정 개체가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개체인 척 한다던가, 이런 저런 사례들과 예시들과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등등.. 너무 재밌어서 하나하나 짚고 쓰고싶은 내용이 더 많다. 그런데 다 정리하자면 저작권에 걸릴 정도로.. 그냥 책 전체를 기술하게 될 것 같아서 이만 글을 줄이겠다.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ㅋㅋ)

 

 

 

아마 우주의 궁극적인 운명에 목적은 없을 것이지만, 우리 중 누구라도 우리의 삶이 정말로 그 우주의 궁극적인 운명과 같은 운명을 갖는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아니다. 제정신이라면 말이다. 우리의 삶은 보다 더 가깝고, 보다 따뜻한 온갖 인간적 야망과 지각이 지배한다.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따스함을 과학이 빼앗아 간다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잘못이며, 나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느낌과는 완전히 정반대이다. 사람들은 절망에 빠지지도 않은 나를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 -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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